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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할 일을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워요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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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
2022-12-20 13:35:17 | |||
조회수 | 110 | ||
<사연> 저는 대학생이고 지금 과제를 작업해야 하는데 시작할 수가 없어서 어떡하면 좋을지 글을 남깁니다. 제출 기한이 눈앞에 있는 과제들이 많은데 평소에도 미뤄서 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끝내긴 했는데 이번엔 정말 일주일 정도 컴퓨터를 켜 놓고 앉아서 다른 것만 하다가 닫기를 반복 중입니다. 그러곤 그냥 자면 생각이 안 나니까 자버리고 그래요. 이 일이 평소에도 계속 하던 일이고 어려운 일도 아닌데 할 마음이 생기지가 않아서 미치겠어요. 해야지 하고 앉아도 제 몸과 마음이 안 움직여요. 제가 고장나 버린 것 같아요. 다른 일들은 다 잘하는데 유독 과제를 하려고 하면 이렇게 돼요.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요. 해야 되는데… 얼마 안 남았는데… 미쳐버릴 것 같아요.정말 코앞에 닥쳐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어쩌면 좋죠?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다른 일들은 잘하지만 과제를 유독 미루는 어려움을 겪고 있군요. 사연자님이 일을 미루는 심리를 분석하고 도움이 될 만한 습관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루기는 학술 용어로 ‘지연행동(遲延行動, procrastination)’이라 합니다. 지연행동은 해야 할 일들을 불필요하게 미루는 행동을 의미하지요. 사연자님의 지연행동은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일어나지 않고 다행히 학업 분야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학업적 지연행동은 과제나 시험 공부 등 학업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거나 완성하는 데 빈번히 미룸으로써 과제에 과도한 시간을 투입하며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지연행동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성격 특성 요인들과 지연행동 간의 관련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연구에서는 ‘성실성’, ‘자기효능감’, ‘부적응적인 완벽주의’,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 ‘통제 소재’와 같은 심리적 특성들을 대표적으로 제시했는데요. 성실성과 자기효능감, 지각된 통제력이 낮은 경우, 부적응적인 완벽주의 성향과 불안 성향,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경우에 지연행동을 훨씬 더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Ferrari, 2004; Ferrari et al., 1995.)
사연자님께서 어떤 특성들을 가진 분인지 정보가 부족하지만, 소개한 연구 결과를 참고해서 지연행동의 원인을 나름대로 추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먼저, 평소에도 잘하고 난이도가 버거운 것도 아니라고 하셨으니 ‘과제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연행동에는 심리 내적 요인 외에도 외적 요인이 있습니다. 외적 요인을 예를 들면 교수, 과제의 난이도 등입니다. 만약 익숙하지 않거나 난이도가 높은 과제의 경우는 초기에 시행착오를 거치는 적응이 필수 과정입니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당장 회피하고자 과제를 미루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유가 아니라면 심리적인 요인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연자님이 다른 과제들도 늦게 시작한 적이 있지만 완성했던 것을 보면 성실성에 문제가 있진 않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현재 과제를 ‘할 마음’이 없고, 몸과 마음이 안 움직이는 고장 난 상태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첫 번째로, 과제를 처리할 심리적인 에너지 수준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셨으면 합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계속 해야만 하는 과제를 처리하는 일상이 오래되었다면 소진(burn out)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진된 상태에서는 집중력, 동기, 의욕 모두 저하된 상태여서 아주 사소한 행동도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해야 할 일의 압박감, 계획에 대한 생각 등을 완전히 비우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로 심리적 에너지가 충분함에도 과제 할 마음이 없다는 것은 사실 ‘하기 싫다.’는 감정에 가깝습니다. 과제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지만, 정말 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면 진작 시작하셨을 겁니다. 일단 과제가 정말 하기 싫은 마음을 인정하세요. 그리고 싫은 마음 이면에 있는 구체적인 이유들을 찾아보세요. 예를 들면, 과제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고 본인이 방전될 것이 예상되어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인지, 과제 평가에 대한 부담이 생겨서 잘해야 한다는 자신의 기준이 높아지고, 이에 도달할 자신감이 부족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인지 살펴볼 수 있겠지요. 잘 들여다보면 과제하는 시간 동안 사연자님이 스스로 겪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감정적 스트레스의 내용들이 있을 겁니다. 대부분 그 스트레스 피하고자 최대한 이를 직면하는 것을 미룹니다. 즉, 과제는 단순히 과제가 아니라 스트레스의 상징일 수 있습니다. 과제가 사연자님에게 어떤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하는지 정리해 보셨으면 합니다. 미루는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기보다 이해하는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과제를 미루는 일로 자신을 너무 몰아세울 필요가 없을 만큼, 사실 지금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과제 마감이 코앞에 닥쳐야 ‘할 수 있다’고 하셨지요. 즉, 사연자님은 역량 있는 사람입니다. 미루더라도 결국은 꾸역꾸역 해내는 것이죠.
계속 지금도 과제를 미루고 있는 이유는 손해보다도 이익이 조금 더 많기 때문입니다. 즉, 과제 제출에 실패해서 사회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은 아직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당장 하지 않고 미루면서 ‘일시적인 통제감’과 ‘시간적 여유’를 얻고, ‘스트레스를 지연’시킬 수 있었기에 지연행동이 이롭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낍니다. 장기적으로는 손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된다는 생각에 자꾸 미루기를 반복하는 것이죠. 지연행동을 멈추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손해를 실감하고 스스로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미루는 일이 당장은 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내가 굉장히 고통을 받고 있어 큰 손해구나. 미루는 고통이 과제하는 고통과 비슷하거나 더 크구나.’ 이런 식의 설득을 계속 해줘야 합니다.
앞으로 사연자님이 일상에서 지연행동을 개선할 새로운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5분 기법’을 활용해 보세요. 이 방법은 시작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입니다. ‘오늘 과제를 끝낸다’라는 계획은 사실 모호하고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딱 5분만 하기로 계획하는 겁니다. 5분의 타이머를 맞추세요. 5분이 지나고 나서 5분을 더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5분만 하고 그만두어도 물론 괜찮습니다. 그리고 목표는 아주 구체적으로 잘게 쪼개야 합니다. 과제를 끝낸다는 큰 목표보다도 과제에 몰입하기까지의 모든 세부 과정들을 목표로 정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번. 자리에 앉는다.
2번. PC를 킨다.
3번. 문서프로그램을 연다.
4번. 어떤 자료를 찾는다.
5번. 복사해서 붙여넣는다.
6번. 편집한다.
이처럼 과제를 하는 과정은 수많은 행위로 구분됩니다. 아주 일부만이라도 반복해서 하다 보면 나중에는 과제하는 과정에 보다 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즉, 5분 타이머를 먼저 키고요. 오늘은 ‘문서프로그램 열기’까지만 하자는 목표를 세우는 겁니다. 다음 날은 ‘한 문단만 쓰기’. 이렇게 세부 과정을 늘려가는 겁니다.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했다는 작은 통제감과 성취감도 보상으로 조금씩 얻게 됩니다. 과제 전체를 끝내진 못했지만, 과제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에는 분명 참여한 겁니다. 그렇게 불필요한 자책감과 초조함을 줄이고,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투입하세요.
목표를 세분화하거나 5분만 실천하는 방법을 충분히 시도하고도 계속 미루게 된다면, 마감 직전에야 일을 처리하는 패턴이 ‘아직은’ 더 유용하기 때문일 겁니다. 과제를 결국 제때 잘 제출한다면 이 또한 괜찮습니다. 사람은 비효율적이더라도 더 익숙하고 편한 방식을 습관적으로 택하게 되어있습니다. 습관의 변화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변화할지 그 선택은 언제나 사연자님의 몫입니다. 최선의 선택을 하시길 응원하며, 사연자님의 일상이 보다 편안해지기를 바랍니다.
참고) *Ferrari, J. R. (2004). Trait Procrastination in Academic Settings: An Overview of Students Who Engage in Task Delays. In H. C. Schouwenburg, C. H. Lay, T. A. Pychyl, & J. R. Ferrari (Eds.), Counseling the procrastinator in academic settings (pp. 19-27). Washington, DC, US: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Ferrari, J. R., Johnson, J. L., & McCown, W. G. (1995). The Plenum series in social/clinical psychology. Procrastination and task avoidance: Theory, research, and treatment. New York, NY, US: Plenum Press.
출처 링크 :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3097 정신의학신문 내용 [정리] 유한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 박0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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